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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저 '일상탈출'] 바람이 보듬고, 하늘이 품어주는 곳
    그곳에 가고싶다. 주말여행 2009. 10. 12. 11:59

    [레저 '일상탈출'] 바람이 보듬고, 하늘이 품어주는 곳

    황금빛 논이 출렁인다. 알싸하게 달콤한 공기가 천지에 그득하다. 10월, 전국은 어디든 지상낙원이라지만 산행과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지 아니한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이라면 단연코 산행이다. 휘황찬란한 오색단풍옷으로 갈아입은 산의 초대가 기껍다. 산에 오르고 내리느라 긴장한 몸을 쉬게 해 줄 온천여행도 좋다. 알맞은 온도의 물에서 몸을 뉘이고,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만점짜리 가을여행이 가능한 곳, 월악산과 수안보온천으로 잘 알려진 충주가 떠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리라.

    황금빛 들판이 수확의 계절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난 여름의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기력을 잃고 고개를 떨군 해바라기 대신 껑충한 코스모스가 그 자리에 섰다. 바다를 가지지 않아 어찌 보면 더 풍요로운 충북의 땅, 충주에 막 들어선 참이다. 주렁주렁 가지에 매달린 충주의 대표 특산품 사과와 복숭아는 가장 먼저 나그네를 반긴다.

     



    40분간의 황홀한 비밀산행

    간혹 산을 오르고자 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산행을 포기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을, 산을 찾는 무리에서 저만치 떨어져 부러워만 하고 있는 것이다. 다소 느리고, 처진 이들을 위해 월악산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인 하늘재로 방향을 잡았다. 이곳은 525m에 불과하지만 ‘하늘’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꿰찬 그 포부가 높은 산 부족하지 않을 듯싶었다. 산 정상이 아니면 어떤가. 두 다리에 힘을 실어주고, 육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길이라면 무조건 좋았다.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주차장에서 하늘재 정상까지 이어지는 3km 남짓한 이 길은 어린 아이가 걷기에도, 80세 노인이 걷기에도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충주에서 하늘재로 오르는 길은 미륵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고려초기의 석굴사원터, 중원미륵사지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미륵불입상과 석등, 오층석탑이 나란히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 미륵석불입상은 덕주골에 있는 마애불 입상을 바라보기라도 하듯 북쪽 월악산을 향해 있는 것이 흥미를 끈다.

    미륵사지를 나와 오른쪽에 미륵대원터를 끼고 걷는 평평한 산길은 전나무와 굴참나무로 우거진 숲길이다. 이내 대광사로 오르는 길과 하늘재로 향하는 길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하늘재 안내 석상이 세워진 곳 왼편으로는 장승과 솟대가 길손을 반긴다. 장승과 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년을 바라는 마음에서 세워진 것이다. 솟대 위의 새는 보통 오리 또는 간혹 까마귀라고도 전해진다.

    하늘재로 방향을 잡으면 아담하고 오붓한 오솔길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흐르는 송계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하늘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작은 밤송이가 발치에 치이는 것이 정겹고, 쪼르르 제 갈길 가는 청솔모가 반갑다.

    이내 작은 구름다리가 나타나고, 다시 두 갈래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때 방향은 어디로 잡아도 상관없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월악산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하늘재역사․자연관찰로가 펼쳐진다. 혼자 걷기에도 비좁은 길이다. 꽤나 적막한 그곳에서 주체할 수 없는 고요와 조우했다. 적막감도 잠시, 금세 이정표가 나타나 하늘재까지 1km 남짓 남았음을 알려준다.  

    운치있는 길은 계속된다. 산이라지만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지 않아도 되기에 편하다. 편하기만 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다보면 손해다. 이 길에는 옛길만의 숨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길에 담겨진 이야기를 생각하며 걷다보면 더욱 마음이 풍성해질 테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깊이 있고, 진심이 담긴 이야기니까.

    영주 죽령보다 2년 앞서 생겼다는 우리나라 옛길 1호 하늘재는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고개였다. 이 길은 지금으로부터 1850여년 전인 156년 신라 제 8대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한 길이며, 신라와 고구려의 문화가 소통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또 이 길은 마의태자가 고려를 개국한 태조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금강산으로 떠난 여정과 함께하는 길이다. 하늘재 고갯길을 넘으며 슬픔에 잠겨 비통해 했을 그의 마음이 짐작된다. 고려시대까지 영화를 누리던 이 길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고 난 뒤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하늘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조금 지루해지려던 찰나 길이 끝나고 시야가 트인다. 하늘재 정상보다 먼저 나그네를 반긴 건 포암산이 굽어보고 있는 하늘재산장이다. 하늘재산장지기 강원모 씨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어준다. 막걸리, 커피 등을 대접하고 있는 하늘재산장의 예스러움은 낭만을 더한다. 핸드폰 안테나도 삼켜버린 그곳 평상에 앉아 포암산을 마주 보고 마신 달콤한 커피향을 어찌 잊으랴. 하늘재산장에서 하늘재 기념비가 세워진 정상은 잡힐 듯 가깝다. 하늘재공원지킴터를 뒤로 둔덕을 오르면 하늘재의 절정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그곳에서 청명한 하늘과 마주하고, 아찔한 포암산 암벽과도 마주하며 생의 의미를 불어넣는다. 하늘재는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의 경계다. 충북 충주에서 올랐지만 40여 분만에 경북 문경까지 온 것이다. 이 아찔한 행정적 위치는 보이는 풍광에 맛을 더 한다. 하늘재부터 문경으로는 차도가 나 있다. 승용차로 20분이면 족하다. 미륵사지주차장에서 출발해 하늘재를 끼고 도는 월악산 산행도 가능하다. 미륵사지에서 출발하여 하늘재를 밟고 포암산, 만수봉, 만수교로 이어지는 코스와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아 탄왕산, 문경 삼관문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있다.

    다시 미륵사지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하늘재 공원 지킴이 김창현 씨는 “벌거지(벌레) 먹어도 아무 탈 없다”며 밤을 한 움큼 내어준다. 이렇게 하늘재는 품고 있는 모든 것이 넉넉하기만 하다.




    뜨끈한 것이 좋아

    옛날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던 수안보 관광온천단지는 충주에서 월악산 가는 길에 있다. 지금은 보다 삐까번쩍한 온천 시설들이 많이 생겨나 이제 아날로그적 삶의 향수로 남은 곳이다. 하지만 과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동국여지승람, 청구도 등 역사책에도 이름을 올릴만큼 의료시설이 없던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욕객 및 환자들로 사시사철 붐볐다고 한다. 이렇게 수안보온천만의 화려했던 명성과 유서깊음은 비길 데가 없다.

    노천탕은 코는 얼얼하지만 몸은 따뜻한 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등산으로 다소 긴장한 몸이 노곤해지는데는 따뜻한 물이 그만이다. 수안보 관광온천단지는 30여개의 온천이 밀집해 있으며, 3천원부터 만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이용시간은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또 이곳에는 숙박업소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데 보통 숙박업소 내 온천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수안보 관광온천단지 내에는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바로 물탕공원이다. 물탕공원에는 족욕탕이 있어 3월부터 11월까지(오전 10시부터 오후 20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등산과 온천으로 오감만족여행을 했다면 이곳의 별미인 꿩요리를 먹고 돌아오는 것도 좋겠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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