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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움 목마른 ....불 밝히다.
    인물 2005. 12. 1. 14:12

     

     

     

     

     

     

     

     

     

    배움 목마른 이들 위해 불 밝히다

     

    광주 희망학교 운영 정영관 교장

     

     

     

     

    68년 비진학 청소년 위한 '제건학교'로 출발

    배움 좋아 화순서 광주로 십수차례 둘지 옮겨
     

    문맹퇴치 공로 94년 '국민훈장 동백상' 수상 

     "글 못읽는 어른 위한 제대로 된 교재 나왔으면"

    전교생이 10여명 안팎되는 어느 시골 분교의 교무실이 이렇게 생겼을까.
    광주 북구 누문동 밀알신협 2층에 자리하고 있는 희망학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첫 느낌이다.
    4~5개의 철제책상이 서로 마주하고 있고 벽에 걸려있는 초록색 칠판 위에는 한글반, 매화반, 개나리반, 자유반, 우정반, 중학교 예비반 등의 수업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교무실 한 쪽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난로에 장작을 넣고 있다.
    희망학교의 운영자이자 교장을 맡고 있는 정영관씨(70).
    희망학교는 소아마비를 앓고 있던 정 교장의 셋째동생이 지난 1968년 농촌의 비진학 청소년들을 위해 화순에 건립한 `재건학교'에서 출발했다.
    그 동생이 지난 78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당시 농촌운동을 하고 있던 정 교장이 학교를 맡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 27년여간 화순 이양에서 능주로, 또 화순읍으로 떠다니기를 수차례. 81년 광주로 옮겨 북구 유동 삼거리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그 뒤로도 희망학교의 이삿짐 꾸리기는 계속됐고 지난 99년 현재 견물을 임대해 지금까지 수업을 해오고 있다.
    정 교장은 “68년 건립때부터 양봉, 농장 운영 등을 통해 나오는 수입으로 학교를 운영해왔지만 집세가 없어 쫓겨다닌 횟수만 해도 열손가락이 부족하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언제부턴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한달에 한 번 3만원씩을 `자치회비'로 걷기 시작하더군요. 그 돈으로 건물 임대비 일부를 충당해오고 있습니다.”.
    임대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교사들과 그 밖의 소요비용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했다.
    “20명쯤 되는 교사들 중 17명이 이 학교 출신입니다. 수업이든, 학교 일이든 자원봉사자들의 몫이 큰 축을 이룹니다.”
    이 곳을 찾는 이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사회의 최소울타리인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로 학습과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과정이 이뤄진다. 나머지 한 부류는 배움의 때를 놓쳤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규학교를 다닐 수 없는 만학도들을 위한 것으로 초등학교, 중·고교 검정고시 과정을 공부한다.
    “현재 초등학교 8개반, 중학교 1개반, 고등학교 1개반 등 10개반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한 정 교장은 “컴퓨터와 한문반도 운영중”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장은 “정규학교에서 퇴임한 선생님들이 봉사를 자청해 찾아오기는 하지만 답답함을 참지못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 곳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몇 배의 반복학습을 필요로 해 이 곳에서 수업을 받아본 교사들이 훨씬 더 잘한다”고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희망학교에서 배출한 졸업생은 4천여명 정도.
    졸업식에는 항상 할머니의 뒤늦은 학업성취를 축하하는 아들, 며느리, 손자들로 어느 곳에서도 볼 수없는 흐뭇한 장면을 연출한다.
    졸업식 얘기를 하다 보니 정 교장의 표정에 지난 30여년 세월이 스쳐 지나는듯 하다.
    정 교장은 “80년대에는 희망학교가 야학형태여서 교사들의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다”며 “당시에는 정보부 감시를 심하게 받아 일명 `지하실'이라고 불리는 곳에도 끌려가 봤다”고 옛 일을 회상했다.
    물론 궂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만학도들을 위한 학과과정 운영과 문맹퇴치의 공로가 인정돼 지난 94년 스승의 날에는 `국민훈장 동백상'도 받았다.
    정 교장은 “도둑질한 것도 아닌데 제 때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남 앞에 나서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욕심이야 끝이 없지만 당장 `글 못 읽는 어른'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교재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밝혔다.
    정 교장은 “우리 사회에는 소외계층이 너무나도 많은데 실제로 이들을 위한 기관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간 위화감이 적개심으로 바뀌면 사회의 벽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제도권의 교육에만 관심과 예산을 투자하지 말고 배움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성인들에게 알맞는 교육방안 등도 절실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해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재단법인 `광주희망평생교육원'을 발족시켰습니다. 앞으로는 학교 홈페이지도 구축하고 사회 속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입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 물리적 나이는 별반 의미가 없다. 평생 무학의 설움을 안고 살아갈 뻔했던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70대 노교장의 패기에 추위가 무색하다.
    `희망학교'가 글 못 읽는 `한'을 풀어주는 조력자로,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품어주는 따뜻한 보금자리로, 지금까지 지나온 40여년보다 훨씬 더 알찬 희망의 열매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문의 062-525-7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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